프로이트 꿈의 해석-납골단지 꿈 이르마 꿈
- 프로이트가 보는 꿈이란?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비의식이야말로 진정한 심리적 현실이다. 비의식은 숨어 있기 때문에 외계 현실만큼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감각 기관을 통한 외계의 파악이 불완전한 것처럼, 의식의 정보 자료가 보여 주는 비의식의 내용 또한 불완전한 것이다(Freud, 1900, S.E. 5:613)."
"꿈은 정상적인 사람이건 비정상적인 사람이건 간에 인간의 내면에 억눌려 있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심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꿈 자체가 이 억눌린 내용의 표현인 것이다. 꿈의 해석은 비의식의 활동을 파악하는 지름길이다(Freud, 1900, S.E. 5:608)."
프로이트는 자신의 꿈을 공개하면서 경험했던 고충도 털어 놓았다.
"내 자신의 꿈을 공개하는 문제는 꿈의 내용이 특별한 것일수록 점점 더 어려워졌다. 내가 공개할 수 있는 꿈은, 내 자신의 꿈과 내 환자들의 꿈이다. 만일 내가 내 자신의 꿈을 공개한다면 내 정신생활의 깊은 부분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심리학적 발견의 증거를 모두 포기하는 것보다 이 노출의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Freud, 1900)."
- 수치스러운 자신의 꿈을 통해 비의식을 알리다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발표할 당시, 책 속의 인물들이 대부분 그의 이웃에 살고 있었다. 어머니, 부인, 이복형등, 친구 의사들, 교수들 등 그의 꿈 얘기를 들으면 그 꿈의 인물들이 누구인지 알 만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의 꿈 내용은 유년기의 욕구들을 보여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단히 유치하고 수치스러운 내용이었다. 프로이트가 이런 내용을 공개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숨기고 싶은 욕구도 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류에게 꿈의 비밀을 알리기 위해서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희생을 감내했다. 자연과학자들은 객관적인 현상을 보고하면 된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분석학자는 자신의 내적 경험을 말할 수밖에 없다. 마음이란 어쩔 수 없이 주관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로이트의 고충이 있었다. 이런 희생을 감내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그를 인정해 주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꿈을 통해서도 소원성취를 얻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물을 마시는 자신의 꿈을 소개했다.
- 납골단지 꿈(Freud, 1900, S.E. 4:123~124)
나는 잠을 잘 자는 편이어서 어떤 욕구 때문에 잠을 깨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중략) 그날 나는 자기 전에 이미 갈증을 느끼고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는 컵의 물을 마시고 잤다. 두세 시간 후, 잠결에 또 갈증을 느꼈으나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물을 마시려면 또 일어나서 건너편에 있는 아내의 탁자까지 가서 컵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꿈을 꾸었다. 아내가 내게 물을 먹여 주는 꿈이었다. 그 때 물컵은 내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져왔다가 오래 전에 남에게 줘 버린 에트루리아의 뼈를 담아 두는 단지였다. 꿈 속에서 나는 물이 어찌나 짰던지 그만 잠을 깨고 말았다. 물이 그렇게 짠 것은 분명히 뼈맛 때문이었다.
이 꿈에서 나는 물을 마시고 싶은 소원을 성취하고 있다. 그리고 내 손을 떠났던 골동품 단지를 다시 찾은 것도 소원성취였다. 그리고 물맛을 짜게 하여, 나를 깨워서 근본적으로 갈증을 해결하게 한 것도 하나의 소원성취였다. 꿈은 물맛을 짜게 하기 위해서 납골단지를 동원했었다.
프로이트가 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유명한 '이르마 꿈(Irma dream)'이었다. 프로이트 자신의 꿈이었는데, 자신이 치료했다가 실패한 환자 이르마에 대한 꿈이었다. 이 꿈은 꿈의 분석기법과 꿈 개념을 잘 보여 주는 꿈이었다.
- 이르마 꿈
넓은 홀이다. 나는 손님들을 맞고 있다. 많은 손님 중에 이르마도 있다. 나는 그녀에게 아직도 내 치료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나무랐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아직까지 이렇게 낫지 않고 아픈 것은 당신탓이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목과 배가 얼마나 아픈지 나는 모를 것라고 말했다. 나는 놀라서 그녀를 보았는데, 얼굴이 창백하고 부어 있었다. 나는 내가 그녀의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가로 그녀를 데리고 가서 입 속을 들여다보았다. 목구멍에 흰 반점이 보였고, 콧속에는 흰회색의 부스럼 딱지가 끼어 있었다. 나는 브로이어 선생님을 불렀다. 그도 진찰을 했다. 그런데 그의 모습이 평소와 달라 보였다. 안색은 파리하고 한쪽 다리는 절고 있었고 수염도 밀어 버린 모습이었다. 오스카어리가 그녀 옆에 서 있었다. 레오폴드도 옷 위로 이르마를 진찰해 보고는 왼쪽 아래 부분에 이상이 있다고 했다. 브로이어는 감염은 틀림없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설사를 하면 독소가 제거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감염의 원인을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녀가 안 좋았을 때 오스카어리가 주사를 주었는데 약은 프로필, 프로필스, 프로피온산, 트리메칠아민이었다(나는 굵은 활자로 인쇄된 이 약품의 화학식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약은 조심해서 주사 해야 한다. 게다가 주사기 소독도 잘 안 된것 같았다.
- 꿈 분석(해석)
프로이트는 스스로 이 꿈을 연상해 보고 분석했다. 결론은 이르마의 통증에 대한 책임이 자기에게는 없다는 것, 그 책임은 프로이트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이르마의 잘못에 있고, 친구 의사들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브로이어 선생은 프로이트의 선배였는데 프로이트는 꿈 속에서 그의 권위를 짓밟고 있다. 사실 이르마는 프로이트의 권유로 이비인후과 의사 플리스에게 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플리스가 수술중에 콧속에 가제를 남겨두는 실수를 저질러서 농양과 출혈로 하마터면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프로이트는 심한 죄책감을 느꼈었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이 죄책감을 벗기 위해서, 친구들에게 책임을 둘러 씌우고 자신은 책임을 벗는 만족감을 얻으려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소원성취는 브로이어의 권위를 짓밟고 자신이 선배보다 더 유능한 의사라는 만족을 맛보려 하고 있었다. '이르마 꿈'을 통해서, 프로이트는 꿈의 목적이 소원성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꿈은 소원성취를 위해서 때로는 소원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꿈의 목적을 왜곡된 소원성취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서운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나는 때가 있는데 이것도 소원성취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비의식에 살면서 본능욕구 덩어리인 이드의 만족이 자아에게는 위험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불안몽을 꾸게 되고 자아는 잠을 계속 유지시키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자아가 이드의 욕구를 꿈 작업에서 성공적으로 처리하여 꿈으로 표현하면 꿈이 편하고 잠도 잘 잔다. 그러나 이드의 요구가 너무 강할 때는 자아도 밀고 들어오는 이드의 요구를 어찌하지 못한다. 이럴 때 불안몽을 꾸고 놀라서 잠에서 깨어난다. 수면 수호의 실패인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작은 마을의 야경꾼에 비유했다. 야경꾼은 주민들이 편안하게 자도록 지켜 주지만, 위험상황에서는 소리를 내어 주민들을 깨우는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불안몽은 깨울 수밖에 없을 때 잠을 깨우는 야경꾼의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