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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지정학설 비의식(무의식)의 증거 암묵기억 명시기억

명랑밍짱 2023. 1. 1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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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정학설이란?

 

'지정학'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마음의 세계를 지리적 개념으로 설명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즉, 지정학설이란 인간의 정신세계가 의식, 전의식, 비의식의 3층 구조로 되어 있다는 학설이다. 의식과 비의식이 나뉘는 것은 억압(repression)때문이다. 비의식의 내용들은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들, 죄악감, 열등감, 상처받은 경험, 성적 욕구, 공격욕구 등이다. 이들은 의식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것들이 의식에 올라오면 심한 불안을 일으킨다. 그래서 의식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자아가 억압해 버린다.

 그런데 억압된 내용들이 비의식 속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고, 갇힌 맹수처럼 기회만 주어지면 의식으로 뛰쳐나오려고 날뛰기 때문에 이것들을 억압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신 에너지가 소모된다. 비의식을 끓는 솥에 비유하기도 한다. 비의식의 충동이나 생각들은 특히 '자아'가 약화되었을 때에 증세의 형태로 의식 세계로 뛰쳐나온다.

 사실 증세뿐만 아니라 인간 행동의 어느 하나도 그 개인의 비의식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우선 비의식이 과연 존재하는가? 있다면 비의식의 기능적 특징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증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 비의식의 존재를 보여주는 증거

 

 예비 신랑이 차를 몰고 결혼식장으로 가고 있었다.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차를 멈췄다. 그러나 실은 파란 불을 잘못 본 것이었다. 몹시 당황했다. 왜 파란 불(가도 좋음)을 빨간 불(가서는 안 됨)로 잘못 보았을까? 이것을 단순한 실수로 봐야 할 것인가? 미국의 정신분석가인 브랜너(Brenner, 1976)의 분석에 의하면, 이 신랑은 결혼을 주저하고 있었다. 이 마음이 비의식에서 실수를 유발한 것이다.

 

 이씨는 회장이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이 있다. 회의를 진행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회의 공포증이 있었다. 드디어 회의가 시작되었다. 

 "에, 그럼 지금으로부터 제 35차 이사회를 마치겠습니다."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개회사를 해야 할 자리에서 폐회사를 했기 때문이다. 회의를 빨리 끝내고 싶은 비의식적 동기가 이런 실수를 하게 한 것이다. 실수는 비의식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프로이트의 환자는 치료비를 지불하려고 책상 서랍에서 은행통장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열쇠를 둔 곳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려는 순간에 치료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데, 그것이 열쇠를 둔 곳을 잊게 했다는 것을 알았다.

 

 기차 소리, 개 소리, 바람 소리가 요란해도 엄마는 잠을 깨지 않는다. 그러나 아기가 칭얼대는 작은 소리에도 잠든 엄마는 금방 반응을 보인다. 의식은 잠들어 있어도 엄마의 비의식은 깨어서 아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새벽 기도회에 가기 위해서 '내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하고 잠이 들면, 대략 그 시간에 잠이 깬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를 잠결에 듣는다든지 잠을 깨우는 꿈을 꾼다든지 하는 등 비의식의 노력이 자신도 모르게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의식이 잠든 사이에도 비의식은 깨어 있어서 시계를 보지 않고도 그 시간이면 우리를 깨우는 것이다. 이렇게 비의식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영리하다.

 

 한 여자 환자가 프로이트에게 오래된 꿈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네 살 때의 꿈이었다.

 "살쾡이가 지붕 위를 걷고 있어요. 뭔가가 떨어졌는지 아니면 내가 넘어졌는지 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죽었고 시체를 집 밖으로 옮기고 있어요."

 꿈에 대한 연상은 어릴 때 자기 별명이 살쾡이였다는 것과 세 살 때 지붕에서 기왓장이 떨어져서 어머니가 머리를 다쳐 피를 많이 흘렸던 기억이었다. 그녀는 강박관념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잠시만 어머니를 떠나 있어도 어머니에게 뭔가 무서운 변이 생겼을 것만 같아서 불안해지는 것이었다. 이 강박관념은 어머니의 장례식 꿈을 꾼 뒤에 생겼다.

 이 꿈들과 연상은 그녀의 비의식을 잘 보여주었다. 그녀는 어머니를 죽이고 싶은 소원을 갖고 있었다. 지붕 위를 걷다가 기왓장을 떨어뜨려 어머니를 살해한 살쾡이는 살쾡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가 상징화된 것이고, 이런 꿈의 재료는 세 살 때 어머니가 기왓장을 맞고 출혈한 사건에서 따온 것이었다. 어머니를 죽이고 싶은 욕구는 죄책감을 주기 때문에 반대로 어머니를 염려하는 강박관념이 의식을 점령하게 되었다. 이처럼 꿈은 비의식을 잘 보여 준다. 사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신경증을 치료할 때 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암묵기억과 명시기억

 

 비의식의 존재에 대해서 지난 100여 년 동안 끊임없는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아직도 비의식의 존재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는 학자는 없다. 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에서 비의식의 존재에 대한 견해는 놀랄 만큼 일치한다.

 암묵기억과 명시기억이 비의식적 정신 현상을 보여 준다.

 명시기억이란 의식적 기억이다.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어릴 적의 일들을 기억해 내는 것 등이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기억이 명시적 기억이다.

 암묵기억은 의식적으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행동으로 나타나는 기억이다. 예를 들어 작업기억이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자동적으로 한다. 물론 초보일 때는 일일이 의식적으로 점검해야 하지만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간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작업기억이다. 처음에는 피아노를 치는 손의 운동이나 악보 보기 등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숙련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움직인다. 피아니스트가 실수하는 경우는 대개 자기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것을 의식할 때이다. '잘 쳐야 할 텐데, 내 오른 손이 왜 이렇게 안 예쁘지?'라든가 자기 행동을 의식하는 순간에 실수하게 된다. 사회적인 기술도 대부분은 암묵기억에 의한다. 사람을 만날 때 얼마나 거리를 두어야 하는가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직접 사람을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상대에 따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화하게 된다. 거리를 의식하고 걱정하면 할수록 오히려 거리를 맞추기가 더 어려워진다.

 다른 형태의 암묵기억은 연상기억이 있다. 의식의 밖에서 자기도 모르게 연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신 분석의 자유연상과 관련이 있는 기억 형태이다. 이에 대한 실험은 유발자극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의 진행은 우선 그림이나 단어를 보여 준다. 이 그림이나 단어가 유발자극이다. 예를 들어 '개'라는 단어를 보여 주거나 개 그림을 보여 준다. 연구 의도는 이 유발자극과 관련된 생각을 비의식적으로 끌어 내자는 것이다. 개와 관련된 생각이라면 개의 종류인 '푸들'이라는 단어나 '테리어'라는 단어가 될 것이다. 이 실험은 기억에 대한 유발자극의 작용을 조사해서 비의식에 연상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험자에게 '개'라는 단어를 먼저 보여 준다. 그리고 화면에 단어의 철자를 하나씩 보여 주면서 단어의 의미가 파악되었을 때 되도록 빨리 스위치를 누르라고 한다. 그리고 스위치를 누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개'라는 단어를 미리 보았던 피험자들은 '테리어'라는 단어에 대한 반응시간이 '개'라는 단어를 미리 보지 않은 피험자들보다 빨랐다. '개'라는 단어가 유발기억으로 작용하여 연상망을 가동시켰고, '개'라는 단어와 동일한 연상망에 걸려 있는 '푸들'이나 '테리어'는 이미 가동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의식으로 떠오르기가 쉬웠던 것이다. 현대 인지과학의 말을 빌리면 '유발기억'이 이런 단어들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해주었다.

 정신분석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유발자극 연구는 피험자가 알아채지 못한 상태에서 유발기억을 주어도 유발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별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잘 모르는 단어 즉, 'assassin'이라는 단어를 많은 단어와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1주일 후 단어 철자를 완성시켜 보라고 'A-A-IN'을 주면 'assassin'을 쉽게 완성한다. 'assassin'이라는 단어가 1주일 전에 보았던 단어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의식적으로는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다른 말로 하면 피험자는 암묵기억을 한 것이다. 의식적이고 명시적인 기억에는 없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연상망을 작동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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