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의 성격발달 과정-어린 한스의 증례(Little Han's Case)를 통해 본 남근기 거세불안과 에디푸스 콤플렉스의 극복
한스는 다섯 살짜리 사내 아이였다. 매우 영리한 아이였는데, 자꾸 불안해 하고 우울해 졌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인가는 말에 물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밖으로 나가려 하지를 않았다. 아이는 말에 놀란 일도 없었고, 물린 일도 없었다. 다만 어머니와 함께 길을 가다가 마차를 끌던 말이 쓰러져 발버둥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뿐이었다.
그 전에 어린 한스는 동물의 성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물원에 가서도 동물들의 성기부터 살펴보았다. "엄마도 오줌 누는 도구가 있어?" 하고 묻기도 했다. 젖소의 젖도 페니스라고 했다. 여동생이 태어나자 목욕시킬 때 동생의 성기를 보려고 했다.
프로이트는 한스라는 아이를 직접 치료하지 않고, 한스의 부모를 통해 치료했다. 한스의 아버지인 막스 그라프는 지적이고 감성이 풍부한 분이었다. 당시 서른세 살이었는데 음악박사 학위를 가진 교수였다. 한스의 할아버지는 출판사 사장이며 편집자이기도 했다. 정신분석에 관심이 많아서 <수요 심리학회>모임의 회원이기도 했다. 한스의 부인은 신경증으로 프로이트에게 치료받은 일이 있었다. 정신분석에 관심이 많아서 프로이트의 책을 여러 권 읽었고, 남편에게 수요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따뜻한 부인이었다.
한스의 문제를 아버지 막스 그라프가 프로이트에게 가져와서 상의했다. 프로이트는 한스가 '아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아이들이 흔히 갖는 보편적인 의문이라고 말해 주었다. 한스의 아버지는 한스에게 아기는 황새가 물어왔다고 가르쳐 주었으나, 한스는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엄마의 배가 불렀다가 어느 날 배가 꺼지고 동생이 태어났기 때문에 한스는 어머니가 대변을 보는 것처럼 아기를 낳은 것이라고 상상했다. 자기가 대변을 볼 때 즐거웠던 것처럼, 아기를 낳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행동에 변화가 나타났는데 엄마에게 안기려 하고, 어머니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울며 찾았다. 어떤 날은 초저녁이나 이른 아침에 어머니의 침실로 와서 엄마가 없어질까봐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엄마는 한스가 안쓰러워서 침대로 끌어들여 안아 주기도 했다.
한스의 부모는 한스가 성기를 만지지 못하도록 틈만 나면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한스가 세 살이 막 지났을 때, 자신의 페니스를 만지는 것을 엄마가 보았다. 이 때 엄마가 나무라며 위협적인 말을 했다.
"그런 짓 하면 페니스를 잘라 버릴거야."
프로이트는 어머니가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이 말이 어린 한스의 거세공포증을 유발시켰던 것이다. 한스는 밤낮으로 자신의 성기가 거세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
프로이트의 도움으로 한스의 아버지는 아들의 문제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
'한스가 두려워하는 것은 커다란 페니스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리고 빈 거리에서 그렇게 큰 페니스를 볼 수 있는 것은 말밖에 없었다. 한스는 아버지에게 거세당하는 두려움을 말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꿔 놓고 있었다. 말은 일종의 아버지의 대역이었다.'
한스의 아버지는 한스에게 남녀의 차이와 여성에게는 왜 페니스가 없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좀 호전되는 듯하다가 이번에는 집에서 쫒겨날 것 같다고 불안해 했다. 아버지는 걱정이 심해져서 프로이트에게 분석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프로이트는 한스의 부모에게 이렇게 권했다. 에디푸스적 상황을 한스에게 잘 설명해 줄 것과 엄마에게 안기고 싶은 마음은 정상적인 것이며,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도 정상적인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라고 했다.
프로이트는 한스가 길에서 말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아버지를 쓰러뜨려서 제거하고 싶은 소망이 생각났을 것이고 그 가능성도 보았을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한스의 마음 속에서는 말이 아닌 아버지가 발버둥치며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스는 말이 두렵고, 아버지의 보복이 두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 무서운 생각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치료가 필요했다. 이런 내용을 한스에게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위험부담도 있었지만 부모가 정신분석적인 소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스의 부모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고 한스가 어머니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아버지를 죽일 필요가 없다는 방향으로 공상을 전환시켰다. 그 후 아버지는 한스와 나눈 대화를 프로이트에게 들려 주었다.
한스가 또 상상속에서 자신의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아버지가 물었다.
"아직도 네 아이들과 놀고 있니? 남자는 애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너도 알 텐데?"
한스가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전에는 내가 이 아이들의 엄마였지만, 지금은 아빠예요."
"그럼 이 아이들의 엄마는 누구지?"
"그거야, 우리 엄마죠. 아빠는 이 아이들의 할아버지예요."
"그러니까 너는 아빠처럼 어른이 되면 엄마와 결혼하고 싶은 게로구나? 그래서 엄마에게 아이를 낳게 하고 싶은 거구?"
"네, 난 그렇게 하고 싶어요."
이 대화의 내용을 듣고 프로이트는 안심했다. 한스는 영리하게도 아버지를 자기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날 할아버지로 승격시켰다. 이제는 위험한 라이벌이 아니라 안전한 할아버지인 것이다. 거세의 위험은 사라졌다. 말에 대한 공포도 사라졌고, 성기에 대한 집착도 사라졌다. 자유롭게 외출도 하고 식사와 수면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요약하면 다섯 살짜리 한스의 말 공포증은 거세공포증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에디푸스적 욕망이 생겨서 라이벌인 아버지를 제거하고 싶었다. 말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도 쓰러뜨릴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욕망이 아버지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라는 공포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 공포를 아버지에 대한 공포에서 말에 대한 공포로 바꿨을 뿐이다. 부모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접근으로 한스는 치료되었다. 아버지를 죽이는 대신, 할아버지로 승격시켜 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안심하고 어머니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거세공포증을 극복했다. 앞으로 해결할 문제가 남아 있지만 한 고비는 잘 넘긴 것이다.
어린 한스의 증례를 통해 프로이트는 어린이에게서 거세공포증의 실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의 성기를 잘라 보복할 것이라는 불안이 거세불안이다. 아들 입장에서 아버지는 저항 불가의 거인이고, 자신은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항복하고 아버지의 도덕적 가르침을 본받음으로써 보복을 피하려 한다. 여기서 아이 내부에 초자아가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남성다움을 본받아 남성 아이덴티티가 발달한다. 에디푸스 콤플렉스를 통과하면 성역할 아이덴티티를 갖게 되고 자신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남자 아이들은 남자다워지고, 여자 아이들은 자신의 성역할을 자연스럽게 인정한다. 이런 삼각관계는 동성 부모에 대한 동일화 기제로 해결된다. 아들은 아버지를 동일화 하여 아버지의 가르침을 자기 행동의 기준으로 삼고 딸은 어머니를 동일화하여 건강한 방향으로 정서적 성숙을 달성하고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만족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에디푸스 콤플렉스가 적절하게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동일화 대상의 부재(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등)나 부모가 성격장애인 경우(아이를 성적으로 자극하거나 변덕스러울 때), 구강기와 항문기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가지고 남근기로 넘어왔을 경우에는 에디푸스 콤플렉스가 적절하게 해결되지 못한다.
임상 관찰을 통해 살펴볼 때, 에디푸스 콤플렉스가 적절하게 해결되지 못하면 성장 후 성 아이덴티티가 발달되지 않아 이성관계가 어려워진다. 동성애가 되거나 성전환증 같은 성도착이 일어나고, 불감증이 되며 정상적인 결혼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 해결되지 않은 거세공포는 신경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에디푸스 콤플렉스의 해결이 잘못된 증례
알렉산서 씨는 실수로 임신이 되어 버려 할 수 없이 현재의 부인과 결혼했다. 부인은 그가 청년 시절 결혼의 대상으로 꿈꿔 오던 '자기 어머니 같은 소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알렉산더 씨는 부인을 사랑할 수 없었다. 부인을 사랑하는 대신 자기 어머니를 꼭 닮은 맏딸에게 애정을 쏟았다. 아내가 딸을 꾸짖으면 딸 앞에서 부인을 몹시 나무랐다. 그 결과 딸은 아버지에게 집착하고 어머니에게는 적대적이 되었다. 딸은 아버지와 결혼하겠다고 했고, 무엇이든 아버지를 모방했다. 인형놀이처럼 여자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는 싫어하고, 병정놀이나 자동차 놀이를 좋아했다. 옷도 사내아이처럼 입고 다녔다. 어머니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여성적인 것은 무엇이나 싫어하고 거부했다. 성장 후 딸아이는 여자다운 여자로 성장하지 못했다. 아버지에 대한 고착은 인격의 발달을 막았고, 말 많고 표독스럽고 바가지를 잘 긁는 여자가 되었다. 또한 남자들과의 경쟁도 심했다.
아버지 알렉산더 씨가 에디푸스 콤플렉스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딸의 에디푸스 콤플렉스가 심해진 증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