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 가루 중력분 없을 때 <박력분, 강력분 호박 부침>
부침 요리를 할 때는 중력분이나 혹은 중력분에 양념이 가미되어 있는 부침가루를 사용하기 바련이죠. 그런데 집에 이런 가루들이 없고 베이킹을 한다고 과자 만드는 박력분, 빵 만드는 강력분만 있을 때 과연 이 가루를 부침개에 사용해도 되는지, 궁금한 건 저 뿐인가요? 자, 그럼 제가 먼저 시도를 해 보겠습니다.
부침가루도 없고 중력분도 없을 때
과연 박력분, 강력분으로 부침개를 해도 될까?
우리 아이는 상당히 말라서 평소에 선호하는 음식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평소에 호박을 즐겨 먹지도 않아
제사 때마다 호박 부침을 했어도 아이가 먹어주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일 년에 많으면 두 번 정도 친정에 갑니다.
우리 아이는 할머니를 그렇게 좋아하는데요, 재미있으시고 친절해서라고 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오랜만에 뵌 외할머니께서 애호박을 썰어서 밀가루 묻히고 달걀 묻혀 부침개를 해 주셨는데
해 주신 호박 부침이 맛있었던 건지, 아니면 외할머니께서 해 주신 음식이라 맛있었던 건지
너무 맛있게 잘 먹는 겁니다. 한술 더 떠서 나보고 호박 부침할 수 있냐고
너무도 당연한 걸 물어서,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가만있으니
호박 부침 못해? 하며 눈물까지 글썽이던 귀여운 모습이
애호박만 보면 생각난답니다.
요즘은 호박이 왜 이렇게 비싼지요. 물론 겨울에 애호박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지만,
올여름에도 애호박은 그렇게 싸지 않았던 기억이 있네요.
오늘은 그 비싼 애호박을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샀어요.
따라서 냉장고에 애호박이 풍년이라, 보고 있자니 아이 생각도 나고 해서 호박 부침을 만들어 보려고 했지요.
그런데, 평소에는 많아서 처치 곤란이던 부침가루가 때마침 똑 떨어져 버렸네요.
냉장실에도 없고 냉동실에도 없고 팬트리에도 없고
부침가루가 뭐에요, 중력분마저도 없어요.
사러 가면 됐지만, 추워서 나가기는 싫고, B마트에 배달시키자니 몇만 원 더 써야 배달되고.
그렇다고 애호박으로 다른 요리를 하기는 싫었습니다. 각종 야채 넣고 굴 소스 야채 볶음을 할까, 아니면 돼지고기 넣고 애호박 고추장찌개를 끓일까, 아니면 간단하게 새우젓 애호박볶음을 해도 되고, 채 썰거나 얇게 반달 썰어 소금 넣고 볶아서 비빔밥에 넣어 먹어도 될 텐데, 그래도 간장에 찍어 먹는 애호박 부침을 너무 먹고 싶었어요.
사실은 베이킹한다고 집에 강력분, 박력분은 참 많답니다.
그러나 얘네가 종자가 다르다고 하잖아요. 누가 먼저 베이킹 밀가루로 부침해 보신 적 없어요?
검색해도 나오지 않습니다.
박력분, 강력분 섞어 호박 부침 만들기
그러다가 부침가루 대용으로 튀김가루를 써도 된다. 튀김가루는 박력분이 원료다. 이런 글을 봤네요.
에라, 못 먹는 것도 아니고 박력분으로 내가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싶었어요.
혹시, 박력분 강력분 섞으면 중력분이 되어줄 수 없겠니? 제발
하는 희망을 안고,
박력분, 강력분을 1:1로, 그리고 소금 약간 크린백에 넣어 호박에 골고루 섞어 주었습니다.
제발 맛있게 잘 돼라.
여하튼, 애호박에 박력분과 강력분을 골고루 발라주고
우리 어머님께서 달걀은 포크나 젓가락으로 푸는 게 잘 풀린다고 하셨어요.
물론 거품기도 좋지만, 숟가락보다는 젓가락이 나으니 한번 해 보세요.
일단 부칠 프라이팬에 가열하고 기름을 둘러 준비해 볼게요.
달걀에 부추를 다져서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였습니다.
이제 노릇노릇 부쳐보겠습니다.
부추가 많아서 달걀에 잔뜩 넣어 주었더니 호박에 참 잘도 달라붙습니다.
불 조절은 세어 내 손이 뜨거우면 줄여주고, 줄여서 호박이 안 익을 것 같으면 다시 켜주고 그랬어요.
여기까진 괜찮아 보이네요. 맛은 어떨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마치 만다라를 연상케 하는 둥근 모습으로 접시에 담아 보았습니다.
사람이 둥글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하.
어떤 부분의 달걀은 타고, 어떤 부분은 달걀옷이 잘 안 묻고 뭐 모양은 별로지만 세상에 너무 맛있네요. 바삭바삭하는 것이.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일부러 이렇게 계량해서 부쳐 먹고 싶어질 정도로 맛있어요.
그리고 식으니 뭐 중력분이랑 차이도 없는 것 같아요. 물론 1:1로 비교해 봤으면 달랐을 수 있겠지만요.
그래도 제가 호박 부침 먹어온 세월이 얼만데, 이런 바삭함이면 중력분보다 오히려 나은데요?
누가 부침가루 대신 튀김가루를 쓰면 바삭하다더니 그게 이런 맛인가 보다 싶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 우리 집 막내가 와서 얼른 자리 잡고 앉아 있네요. 잠시 우리 강아지 자랑을 좀 하자면, 아파트에서 키우는 강아지답게 참 조심스럽고 얌전하답니다. 어렸을 때 사회화가 잘 되어 사람 만나도 잘 짖지도 않고 경계하는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탈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강아지도 꼭 인사해야 한다고 바둥거려요. 산책 자주 시켜줘야 하는데 우리 강아지 운동 부족하거나 스트레스 받을까 봐 걱정이네요. 지금은 매일 새벽 산책과 낮에는 시간이 나는 식구 구성원이 시켜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애호박 한 개 먹으면 속도 든든하면서 편안해요. 강력분과 박력분의 조합이 참 괜찮았습니다.
아이디어는 휘낭시에 만들 때 강력분과 박력분을 섞는다는 게 인상적이어서 거기서 얻어 왔습니다.
그래, 너희가 다른 종자지만 그래도 같은 밀가루 종류인데, 부침 하나 한다고 엄청나게 쓰임이 달라지진 않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네요.
바삭바삭하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